은빈
윤형석
쎈티멘탈이라는 글자 뜻도 모르면서
멋져 보이려 기분 명랑하면 역으로
센티멘탈이라 말하곤 했지 그 아이처럼
센티멘탈이란 글자 형상이 아름다웠거든
햇빛 받아 찬란하게 번들거리던 엘라스틴
긴 머릿결 360° 제자리 턴이 눈앞 슬로우
비디오로 차알칵 칠부바지로 접은 찢어진
청바지 매듭 달린 가죽 신발 찰칵 싱그런 겐죠
플라워 향수 이렇게 완벽하게 아름다울 수 있나
한방에 퍽 가버린 전설적인 나의 첫사랑 만난 날
월드컵에 온 나라가 붉었던 그 해 여름
대한생명 앞 그 순간 그날부터 신병 걸린 듯
그 아이는 내게 옴싹 들어와 버렸지
부활의 음악들은 신병에 제대로 들어맞았고
여태 최우선 앨범은 부활이란 아름다운 사실,
그 아이와 신병으로 인해 파생된 뻗쳐 나간 나의
감정선들 절로 절로 써지던 혼자만의 짝사랑 고백 작문들
감성 뻗치던 나의 열아홉 로맨스 생활
군대 생활 졸병 때 받은 편지지에 뿌려주었던
겐조 플라워 냄새에 눈물 콧물 질질 줄줄 했고 어릴 쩍
여군이 꿈이던 그 아이에게 명찰까지 오바로크해
선물 주었던 여군복 한 달에 오만 원씩 적금 넣어
제대하고 유럽 배낭 가자던 론리 플래닛 그 두꺼웠던 책
여태 버리지 못하고 있는 유물이 된 외로운 지구란 책
첫사랑 그 아이는 알까 나의
모든 시는 명백히 그 아이 덕분임을, 알까
첫사랑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숨 쉬고 있을까
한 번은 만나야 한다고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까
첫사랑 그 아이도 나를 찾고 있을까
이 시가 실마리가 되어 그럴 수 있을까
한 번은 만나야 함을,
그대 덕에 나 이렇게 시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고맙다 고맙다 말해 주어야 하는데 그 시절
한메일쩜넷 아이디로 편지 보내면 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까 무섭지만 아니겠지
아니겠지 꼭 살아 있겠지 어디에도 좋으니 꼭 살아 있겠지
꼭 살아 있어 이 시를 볼 수 있겠지 그렇겠지
이제는
나처럼 세상을 조금 알게 되었을
나처럼 엄마가 되었을 첫사랑 그 아이
그 해 여름처럼 그녀의 생월 팔월에
그녀를 위한 헌정을 남긴다, 은빈이에게
2024/08/14
남기고 싶은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