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기록 썸네일형 리스트형 ✔️ 외로운 날 외로운 날 윤형석 해지고 어둔 골방에 멍하니 있다 등짝 간지런 핑계로 일어나 겸사 밖을 본다 외로운 날 만날 이가 없어 외로움에 혼자라도 만나고 싶어 밖을 나가 본다 오늘은 어떤 나를 꺼내어 나와 친구를 해볼까 터벅터벅 골목길 거닐다 골방으로 돌아갔다 2024/10/15 (9/15) 더보기 ✔️ 시월의 고백 시월의 고백 윤형석 이 가을의 시월이 되어 주시오 나는 시월의 십일이 되려 하오 나의 고백에 그녀 애신은 시월은 그대가 해주오 나는 그대의 십일이 되려 하오 서로를 품에 두던 우리는 시월의 열 번째 날 비로소 서로에게 따스한 가을볕이 되어 마주 닿았다 그녀와 나는 그날로 함께 하는 모든 무엇에 '우리'가 되었다 2024/10/14 더보기 ✔️ Made in China Made in China 윤형석 Made in China 라고 찍힌 옷들 다수는 중국 단둥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져 한국으로 수출한다고 한다 중국서도 깡촌이라는 단둥도 지금은 예전과 달리 북에 있는 우리 동포 8만이 외국인 노동자로 이곳 의류 공장에서 저렴하게 미싱을 돌린다고 한다 동포들은 미싱 돌리는 값으로 쌀을 사고 생계를 살고 삶의 빛줄기 삼아 근면하게 생을 연명한다고 한다 북의 동포 그들은 굶어는 죽지 않는 삶이라 나은 삶이라 말한다 좋은 삶이라 말한다 2024/10/10 더보기 ✔️ 밟히다 밟히다 윤형석 어머니의 방침으로 유기농 무농약 농법이 원칙인 아담한 텃밭이 마당에 있다 규모는 가로세로 대략 두 걸음 곱하기 열 걸음 새도 오고 나비도 오고 개미도 살고 공벌레도 살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렁이가 많이 사는 이곳의 소박한 생태계 흐린 날이면 범람한 강줄기에 지렁이들이 곧잘 마당으로 쓸려 나오기도 하는 곳 여느 흐린 날 아침 마당에서 헤메이는 눈먼 지렁이를 제 있을 곳으로 옮기며 사색한다 살아가며 늘 이렇게 눈에 밟히는 것은 작고 약한 이들이더라 2024/10/10 더보기 ✔️ 소망 소망 윤형석 한 번도 아파본 적 없는 허리를 줄까 무릎을 줄까 어깨를 줄까 어디를 줄까 그대는 어디를 받고 싶은가 수백수천 뭉그러져 아프던 마음 자생의 힘으로 보란 듯 다시 피어나는 나는 그런 초록의 마음을 받고 싶다 2024/10/09 더보기 ✔️ 다녀올게 다녀올게 윤형석 시월의 아침 딸 서현이 등굣길에 손 흔들며 "다녀올게" 한다 잠시 떨어짐을 알리는 네 글자 다녀와 다시 머물 곳이 있다는 것의 의미 '다녀올게' 그동안 나도 여러 곳을 다녀왔었지 하다 문득, 혹 우주에 만물의 신이 존재한다면 필사 나는 그에게 나 잠시 지구별에 다녀올게라고 말했을 상 싶다는 생각 2024/10/08 —————— 가을날 아침 딸 서현이 등굣길에 손 흔들며 "다녀올게" 한다 잠시 떨어짐을 알리는 다녀올게 라는 네 글자 혹 우주에 만물의 신이 있다면 그에게 전하고 싶은, 나 잠시 지구별에 다녀올게 —————— 가을날 아침 딸 서현이 등굣길에 손 흔들며 "다녀올게" 한다 잠시 떨어짐을 알리는 다녀올게 라는 네 글자 누구나 그러하듯 우린 많은 다녀올 게를 보내지 않는가 혹시 우주에.. 더보기 ✔️ 혼자 혼자 윤형석 허우대 긴 그가 깡총깡총 잰걸음으로 내게 다가온다 뒷간 다녀온 사람의 걸음이 빨라 수상타 내 곁에 와 그가 준 한 문장 "혼자 걸응께 멀드라 멀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 서두른 행차를 하셨다신다 마음결이 따셔진다 2024/10/04 더보기 ✔️ 가을비 가을비 윤형석 처마 아래 놓인 뒤집어진 스덴 다라이에 가을비 떨어진다 말 없는 비는 애써 노크하듯 청아한 소리로 스덴 다라이를 두드리고 있다 비는 그에게 할 말이 있는가 보다 나를 흘려보내지 말아달라는 듯 어딘가에 담겨 지상에 머물고 싶다는 애씀일까 가을비는 나처럼 누군가에 머물고 싶은가 보다 내 마음도 두드린다 누군가 내 마음도 가을비처럼 두드려 주었으면 바람결에 닫힌 대문이 열린다 가을볕이 들어와 주었으면 좋겠다 2024/10/04 더보기 ✔️ 축의와 부의 축의와 부의 윤형석 다섯에 아버지를 여의었다는 그녀 송희 기억 어딘가에 있을 아버지라 말하는 그녀가 오늘 고향 합천에서 여수로 아버지를 모셔오셨다 한다 기억에 없는 아버지를 곁에 둘 수 있어 그녀는 행복하다 말하며 운다 살아가며 이토록 따스한 눈물을 본 적이 있었던가 축의를 해야 할지 부의를 해야 할지 몰라 선술집을 하는 그녀의 앞치마 주머니에 신사임당 한 장 넣어주고 갔다 2024/10/02 더보기 ✔️ 리북의 언어 리북의 언어 윤형석 수령을 위에 두고 인민으로 태어난 어떤 아이는 먼 친족이라는 연좌의 거미줄에 걸려 반동 반역자라는 낙인으로 수용소행 몇 개월에 일가족이 개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목숨 걸고 국경 넘어 탈북 중국 야산에 숨어 살다 보위부 체포조에 붙잡혀 북송 대기 중 휴대하던 청산가리를 삼켜 스스로 북송을 막았다고 한다 외화벌이로 외국을 나가 하루 서너 시간 자며 집을 지었다는 어떤 이는 받은 급여의 95%를 충성자금으로 강탈당했다지만 취침 전 5분 스마트폰을 할 수 있어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말을 빌려본다 죄를 묻는다면 북에서 태어난 죄 라고 한다 2024/10/01 (늘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 ) 더보기 이전 1 2 3 4 ··· 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