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히다
윤형석
어머니의 방침으로
유기농 무농약 농법이
원칙인 아담한 텃밭이
마당에 있다
규모는 가로세로 대략
두 걸음 곱하기 열 걸음
새도 오고 나비도 오고
개미도 살고 공벌레도 살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렁이가 많이 사는
이곳의 소박한 생태계
흐린 날이면
범람한 강줄기에
지렁이들이 곧잘 마당으로
쓸려 나오기도 하는 곳
여느 흐린 날 아침
마당에서 헤메이는
눈먼 지렁이를 제 있을
곳으로 옮기며 사색한다
살아가며
늘 이렇게
눈에 밟히는 것은
작고 약한 이들이더라
2024/10/10
남기고 싶은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