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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기록

✔️ 비공인

비공인

                                             윤형석



스무 살 시절 갑장 친구로 만난 그는
장래 희망이자 꿈이 대통령이 되는 것으로
사법 시험에 붙어 판검사가 되겠단 우렁찬
목표가 있던 명랑한 아이였다, 그의 특기는 손금 봐주기
내게 '바뀌는 손금 바뀌는 운명'이라며
일장 연설이 장기였던 친구

서당개가 풍월을 읊는다더니 그의
특별 가르침으로 승은을 입은 나는
다단계 판매 사원 같이 조금 친해졌다 싶음
'손금 봐 드릴까요'를 연발하고 다녔다

군생활 막바지 신병으로 들어온 별칭
배구 선수인 193cm 쫄병에게 손금을 시전 했다
"배구인 너는 살아 있을 사람이 아닌데" 하자
화들짝 놀라며 "저희 엄니가 그러셨는데 말입니다
낳자마자 죽었다 했는데 갑자기 갑자기
울어서 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수년을 연마한 나의 손금 실력이 비로소 비공인
손금쟁이로 등극한 명장면이다 이후론
손금 총량의 법칙이 있다는 듯 이상하리만치
쉽게 사람 손금을 보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보고 싶은 사람만 보게 되었다

비공인 야매 시를 쓰는 나에게 간혹
이런저런 불미스러움을 써보란 사람이 있다
비록 비공인 야매 시인이지만 내게도 시상이
촉수에 와닿아 움찔 반짝해야 한 줄 쓸 수 있다
아니면 저는 파란불이 들어와야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저는 쓰고 싶은 시만 쓸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저는 쓰고 싶은 시만 씁니다 와 같다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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