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불던 날
윤형석
어느 묘 앞
젊었을 땐 건장하셨을
뼈대 굵은 늙은 사내가
한 손에 소주와 종이컵을 들고 있다
음력 8월 15일이 닷새 지난
어느 묘 앞 모습
늙은 사내는 굽은 허리로
고개를 돌려 날 한번 보신다
죄송스런 마음에
나는 저만치 멀어져 본다
붙어있는 작은 봉분 둘이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사연이 있음 직하다
늙은 사내는
일련의 의식을 행한 뒤
봉분 옆에 나란하게 앉는다
그간 흘러버린
그리움의 세월이 얼마셨을까
그의 육신에도 깊이 묻어있다
봉분의 주인에게
늙은 사내의 마음은 전해졌을까
이슬비 흩날리며 분다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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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불던 날
윤형석
어느 묘 앞
젊었을땐 꽤나 건장하셨을
뼈대 굵은 늙은 사내가
한손에 소주와 종이컵을 들고 있다
음력 8월 15일이 닷새 지난
길 넘어 어느 묘 앞 모습
늙은 사내는 굽은 허리로
고개를 돌려 날 한번 보신다
죄송스런 마음에
나는 저만치 멀어저 본다
붙어있는 작은 봉분 둘이
익숙치 않는 형상이다
마음이 콕콕 찔린다
어떤 사연일까
늙은 사내는
일련의 의식을 행한 뒤
봉분 옆에 나란하게 앉는다
얼마나 그리워 했을까
하염없이 흘러버린
통한의 세월이
그의 육신에도 가득하다
봉분의 주인에게
늙은 사내의 마음은 전해졌을까
이슬비 흩날리며 분다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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