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행
윤형석
오래 기다렸다.
그만큼 오래 설레해했다.
그들과 보낼 수 있는
삼일의 밤을 생각하면 두근거리던 내 마음.
사람은 바람에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진심으로 행복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어떤 감정을 동반하게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주어온 돌맹이가 있던 주도의 그곳은
신혼부부 같이 찍었다던 로션 툭 찍어 바르던 사진은
고대의 지층이 날것으로 위용을 뽐내던 아우라의 장소.
따로 따로였지만 우리는 철저한 혼연의 일체였고
특정한 것이라고는 돌아갈 배편 시간만
그럼에도 늘 특정한 곳에서 조우하던 기이한 순간들
쏜살같았고,
잠깐 사이 시간이 멈춘것도 같았고
차분하고 느긋하게 극도의 낭만적 순간들에
정신을 관통 당해버린 시간들
몇장의 필름으로는 서운함,
끊이지 않고 돌아가는 옛날 극장의 영사기처럼
흘러가는 기다란,
기다란 필름 뭉치들.
2024/06/10
남기고 싶은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