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기록
✔️ 여치의 여행
날개짓@네이트.컴 <nalgaezit>
2024. 9. 4. 09:35
여치의 여행
윤형석
출근길 신호대기 중
차량 본넷에 여치 한 마리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집념이 올라왔다 애기야,
그대로 붙어 있어 주니라
너른 풀숲에 놓아줄 테니
잠시 붙어만 있어 주니라
애석한 아비의 마음은 잠깐
동행의 시간은 십여분
도착 직전 작은 풀숲을 향해
극적으로 날아가는
잠시 정든 여치를 목격한다
그래
작은 풀 뭉치라도 있어 다행이다
가여운 여치는, 그런데
날아와 앉은 그곳이
움직이는 대지인 줄 모르고
가여운 여치는 잠시 머물렀을 텐데
음속 같았을 시속 70의 속도와
살기 위해
개구리 발바닥이 되어 엎드린 채
끈적하게 붙어 있어야 했을
억겁의 십여분에
더는 버틸 수 없어
풀 몇 줌에 떠나온 곳을 본 듯, 필경
생을 건 날개짓을 했을 거란 생각이
엄습하니 목이 메인다
짧은 여운에 나의 지난날을 반추한다
여치는
나였다
2024/09/04